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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Book (2018) 후기가 좋았다. 슈퍼히어로는 지겹고 현실히어로는 허상이란걸 알고 난 뒤 대중을 위한 영상물들이 시시해진건 나 뿐만은 아닐거다. 울건 웃건 때려부수건 들인 돈이 잘 보이는 영화만 찾아서 봐왔다.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효용성에만 만 이천원을 지불해왔다. 달고나가 너무 달아서 짠게 먹고 싶어졌는데, 후기가 좋아 보게 된 그린북이다. 후기는 후해서 후기인가싶어. 글쎄요. 제 점수는, 곡보다 해석, 꿈보다 해몽이고 맛보다 플레이팅이었다. 빠진것 없는 꽉 찬 소풍가방이긴 한데, 귤은 안 달고, 김밥엔 우엉이 좀 더 들어갔음 했고 지갑은 가져왔는데 딱히 살것도 없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전문가가 뽑은 2018 좋은 영화 30위안에 든 영화라고 하던데 내 눈이 실수인건지, 내 기대가 실패였던건지. ..
11월 2일 별이 있더라. 거기서 날 기다리고 있더라. 질질 끌리던 발에 뿌려주더라.꾹꾹 눌렀던 마음을 적셔주더라. 무거운 가방을 짊은 어깨에 슬쩍 내려앉더라. 폭발의 아픔에 다친, 세월의 바람에 쓸린 그렁그렁한 니 눈에서 떨어지는 파편들이 눅눅해진 내 눈엔 그렇게 부시더라.쓴 맛만 났던 내 혀끝엔 닿은 너는 그렇게 달더라.
"태풍이 지나가고" (2016) , "오베라고 불리우는 남자" (2016) 지루한 일상이 반전의 기록으로 성격을 바꾸기 위해선 어떤 요소가 필요할까 셍각하게 만드는 영화들이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바람에 날려간 복권 한 장 정도만 잔디밭에 뒹굴 뿐, 삶의 안과 밖은 끈질기게 원형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시간을 껴안은 이야기들은 다른 성질의 밀도로 삶을 조금씩 채워진다. 가족 구성원중의 존재가 물리적으로 사라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무겁게 나와 타인의 혹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유 무형의 존재들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리고 사라진 존재가 생각보다 나의 삶에 연관된 고리들이 강하게 묶여져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사실 발견한다기 보다는, 그렇게 결정해버리는 것 같은 면도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냥 이랬겠거니하고 산 자가 대충 정하는 대로 개인의 ..
내 첫번째 여자친구는 (마커스 주삭) 아주 빠르게 아주 갑자기 말이 내 마음을 뚫고 떨어져 내렸다. 내 생각의 바닥에 떨어졌고 거기에서 그 아래서, 나는 말을 집어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 안에서 모은 진실의 조각들이었다. 밤에도 , 침대에서도, 그 말들이 나를 깨웠다. 천장에 스스로를 써나갔다. 내 마음에 펼쳐진 기억의 종이에 불탄 자국을 남겼다. 다음날 잠을 깼을 때 나는 찍어낸 종이에 그 말을 적었다. 그날 아침, 나의 세상은 색깔이 변햇다. 27 캐머런이 사랑하는 대상들은 새끈한 새로운 것들이 아니다.십대의 소년이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은 물리적 한계치가 있다. 미피라던가 루브라던가, 심지어 사랑을 느끼는 옥타비아까지 주변에 널부러져 있던 익숙한 환경이라는 함수의 조건중 하나이다. 그 함수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해 혹은 풀어야 하는 이유..
경제교과서, 세상에 딴지걸다. (이완배) 파리에 꼭 올 이유는 없었다. 생각해보면 아예 파리엔 가지 말았어야했었다. 여름내내 관광객들이 파리의 길바닥을 점령했고 도시는 그에 맞서 시위라도 하듯 어딜가나 공사중이었다. 따가운 여름의 햇살이 도시를 끈적하게 녹이기전 아침 일찍 길을 나섰다. 지하철과 트램을 타러가는 사람들의 행렬과 함께 밤새 가라앉아있었던 먼지가 물안개처럼 서서히 피어올랐다. 12시간동안 철저하게 사생활을 즐긴 도시가 청소차의 물세례에 얼굴을 씻고 손님을 맞기위해 화장하는 이 시간을 나는 원래 좋아했다. 이어폰을 귀에 꼽고 낯익은 팟캐스터들을 차례로 플레이리스트에 배치했다. 펄펄 끓는 온도의 한국 이야기는 귓속으로 들어와 자리도 못잡고 귓등 어디쯤엔가에서 뱅뱅 돌다가 식어버리고 멀미 혹은 배고픔과 함께 사라져갔다. 생각해보면 아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