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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ts (2016)



fits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소리는 최대한 절제되어 있다. 가끔 나오는 대화는 웅얼거림으로써 이야기는 뭉개버리린다. 그나마의 대화가 멈춘 곳에선 소녀의 단조로운 하나, 둘, 셋 기합소리나 가쁜 들숨과 날숨으로 채워진다.

소리가 제거됐다고 해서, 화면의 탄력이 줄어들었냐면  그것은 또 아니다. 복싱와 댄스를 배우는 소녀의 하루하루는 단조롭지만. 연습을 하며 반복되는 스텝과 다양한 각도의 훅들은 미세하게 틀리고, 확연하게 거칠어 져서 긴장감의 끈을 놓치 않는다. 농담같은 사건이 소녀들에게 시간차를 두고 연속적으로 일어나게 되면서, 처음엔 사건에 휘말리게 될까봐 두려워하던 소녀들 자신을 오히려 그 사건속으로 스스로 밀어넣게 되는 상황이 흥미롭다. "처음"이라는 형용사가 붙은 통과의례에 당연히 따라붙는 두려움과 부끄러움, 부담감과 뿌듯함이 섞여진 감정의 파고가 이 작고 어린 대중들을 덮치고 쓰러뜨리고 서서히 젹셔 길들여져 가는 과정도 매우 신선하다.   

   

자막없이 보다보니, 자세한 극의 내용과 의도를 이해하기보단 영화안에서의 시각적인 장치나 그것들의 처리에 더 집중하게 되었는데 복싱하는 동안은 주인공은 거의 흰색의 저지나 무채색의 운동복을 입다가  댄스에 참여하게 되는 순간부터 주인공을 비롯한 주인공의 주변은 다양한 색깔과 그 색깔을 입은 인물들로 주변을 재워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전반적으로  학교, 운동장, 체육관을 위시한 공간들, 그리고 그곳을 채우는 다 같아보이지만 실로 다르고 다양한 흑인아이들의 모습들을 담아낸 장면장면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곳은 미국 남주쪽 중소도시 흑인 밀집 지역이 아니라. 마치  북유럽의 어느 곳 ,어느 것들을을 연상시킬 수 있을만큼  비워지고 절제된 감독의 계산된 미적 의도를 느낄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장면에서의 이제까지 참아왔던 공간과 소리에 대한 한꺼번에 욕망이 터져나오게 되는데. 거대한 한 덩어리가 되어 반짝이는 타이즈를 입은 어린 치어리더들이 권투와 원시댄스가 합쳐진 듯한 춤을 추며 뿜어내는 순수하지만 광기어린  땀들이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구름인지 알 수 없는 공간과 합쳐지면서 긴장의 불꽃놀이는 절정에 지닫게 한다. 

늦가을외엔 한번도 다른 계절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같은 마을에서 일어난 일은 , 그저 혼자 묵묵히 복싱을 연습하며 지내던 소녀가 활기차고 시끄럽고 춤을 추는 대중과 섞이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내적 변화의 자연스런 과정인지, 배움에 있어서 힘겨운 적응의 과정인건지  카메라는 영화 내내 조용히, 그러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도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키아 빅토리아의 목소리는 밑도 끝도 알수 없는 어린 욕망들을 살살 부드럽게 달래주는 어떤 의미로서의 샤먼의 그것과 같이 들린다.